도서 리뷰
'과학기술'과 그 기술을 활용한 '적정기술'의 사례를 모아논 책이다.
적정기술에 대해 어렴풋이 들어봤지만, 문과생인 나에게는 남의 나라얘기였다.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나도 적정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적인 기술설계는 아닐지라도 뭔가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.
그 느낌을 준 하나의 사례는 (실패한 사례로 소개된)우물을 파는 프로젝트였다. 단순히 우물을 만들어주어 물의 접근성을 쉽게
만들어주면 되는 줄 알았었다. 큰 오산이었다. 해당 프로젝트의 단기적 성과를 위해 충분히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한 깊이의 우물을
파지않아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물에 섞여나오기도 하고,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되지않아 우물이 금방 고장나 버려지는 경우도 많았다.
수리를 할 수 있는 기술자는 돈을 더 벌 수 있는 곳으로 떠나버리는 딜레마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. 그래서 기술의 도입은 돈만 있다면 할 수 있지만 초기 현지환경에 대한 세심한 분석과 장기적인 컨설팅은 문과인 내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. 또 적정기술이 반드시 최신기술이 되지말란 법도 없었다.
기존기술에 디자인적 요소의 변화를 더한 적정기술뿐만 아니라 첨단기술을 이요한 것도 적정기술이다. 언제 발명된 기술인지보다 더
중요한 것은 해당 기술이 지속가능하도록 유지하는 것이다. 해당 사회에 최적화된 기술과 기술유지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장의
기술도입보다 중요하다. 따라서 더 많은 자본의 투입보다 절실한 것은 해당 사회를 꼼꼼히 분석하여 적정기술과 기술유지방안을 그
사회에 최적화하는 작업이다.
최적화는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. '좋은 뜻'에서 무작정 좋은 기술과 좋은 물건을 주는 것은 쓸모없다. 양치질의 개념과 그 효과를 모르는 이들에게 고급치약과 칫솔은 결국 외면당한다. "나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도 '도와주는' 착한 사람이야"라고 생각하는 이들만 남을 뿐이다. 적정기술 도입과 유지에 엔지니어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. 책을 읽고난 뒤 나와는 거리가 멀었던 적정기술에 좀 더 가까워졌음을 느꼈다. 문과라고 못할소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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